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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를 ‘그리는’ 게 아니라 ‘구조로 짓는’ 디지타이징
자수는 인쇄가 아닙니다. 원단이라는 움직이는 바닥 위에 실로 구조물을 쌓는 작업입니다. 4K 모니터에서 완벽해 보이던 로고도, 자수기가 분당 800침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장력·원단 수축·실의 밀림(푸시/풀) 때문에 주름(퍼커링)과 틈(갭)이 한 번에 드러납니다.
이 튜토리얼에서는 Wilcom Hatch에서 비트코인 로고를 디지타이징합니다. 단순히 “그림을 따는” 방식이 아니라, 타타미 배경을 안정적으로 깔고 흰색 “B”를 수동 새틴 컬럼으로 설계해 실의 물리(푸시/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 글에서 익히는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치수 잠금으로 원형이 타원으로 무너지는 문제 방지
- 밀도(스티치 간격) 설계: 0.36mm 기준으로 커버력과 경도(뻣뻣함) 균형 잡기
- 새틴 흐름 제어: Column A로 새틴 각도를 통제해 반사(광택) 흐름을 정리하기
- 기계 동작 최적화: 오버랩으로 갭을 미리 막고, 런 트래블로 불필요한 트림을 줄이기

왜 ‘수동 구성’이 결과물을 이기는가(현장 감각)
오토 디지타이징은 편하지만, 원단 장력과 수축을 “감”으로 보정하지 못합니다. 수동 구성은 자수 실패의 대표 3가지를 줄여줍니다.
- 원형이 타원으로 나오는 문제: 원단 결 방향(그레인)과 당김으로 발생
- 새틴 흐름이 죽는 문제: 각도/포인트가 어색해 블록처럼 보임
- 경계 갭 문제: 오렌지와 흰색이 만나는 곳에서 바탕 원단이 비침
취미에서 상업으로 넘어오면 “파일 퀄리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스태빌라이저(안정지)와 후핑(자수틀 고정) 같은 물리 셋업입니다. 파일이 완벽해도 후핑 장력이 들쑥날쑥하면 정렬이 틀어지고 결과가 무너집니다. 그래서 자수기용 후핑 셋업을 체계화하는 것이 공방/작업장 운영자에게는 실력의 분기점이 됩니다.
작업 공간 설정과 베이스 형태 만들기
Step 1 — 기하부터 잡기(물리 우선)
깔끔한 파일은 ‘정확한 수치’에서 시작합니다.
- Ellipse tool을 선택합니다.
- 그리드 위에 대략 원을 그립니다.
- 중요: 오브젝트를 선택한 상태에서 Object Properties > Outline로 들어갑니다.
- 비율 잠금(자물쇠 아이콘)을 해제합니다.
- 가로 3", 세로 3"를 정확히 입력합니다.
- 입력 직후 비율 잠금을 다시 잠급니다.
왜 다시 잠그나요? 이후 작업 중 모서리를 실수로 드래그하는 순간 원이 타원으로 변합니다. “잠금”은 품질 관리(QC)의 시작입니다.

Step 2 — 타타미 밀도와 구조(언더레이) 설정
큰 오렌지 배경은 타타미 채움으로 깝니다. 이 영역은 로고의 ‘바닥 슬래브’ 역할을 합니다.
- Stitch Spacing(밀도/간격): 0.36mm로 설정합니다.
- 현장 체크: 0.36mm는 커버력이 강한 편입니다. 원단이 비친다고 무조건 더 촘촘하게(간격을 더 낮게) 가기 전에, 먼저 스태빌라이저와 후핑 장력을 점검하세요.
- Border: Special Settings에서 Column Width 3mm로 설정합니다.
- Underlay: Edge Run(외곽을 잡아줌) + Zigzag(중앙 지지)을 활성화합니다.
- 개념: Edge Run은 콘크리트 속 철근처럼 외곽 수축을 막아줍니다. 타타미가 깔리면서 원단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Step 3 — 컬러 관리(중복/배경 지정)
- 오브젝트를 복제합니다(Ctrl + D).
- 배경 채움을 Orange로 지정합니다(영상에서는 오렌지로 설정).

전문가 메모: “방탄 패치”처럼 딱딱해지는 함정
초보 디지타이저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더 촘촘하면 더 고급”이라는 생각입니다. 항상 그렇지 않습니다.
- 0.36mm는 커버력 위주의 공격적인 설정입니다.
- 0.40mm~0.42mm는 티셔츠 같은 부드러운 원단에서 비교적 무난한 구간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침수를 좁은 면적에 몰아넣으면 마찰과 열이 늘고, 실 끊김/원단 손상(구멍) 리스크가 커집니다. 디지타이징은 “어떤 원단에 놓을지”를 전제로 설계해야 합니다.
Column A 툴로 새틴 흐름 잡기
Step 4 — 세로 앵커(기준 기둥) 만들기
- Column A 툴(버전에 따라 Input A로 표시)을 선택합니다.
- “B”의 상단 세로 세리프(기둥)를 디지타이징합니다.
- Control을 눌러 선이 정확히 수평/수직으로 잡히도록 합니다.
- 골든 룰: 오렌지 배경 쪽으로 충분히 오버랩을 줍니다.
- Enter로 확정합니다.
성공 기준: 화면에서 흰 새틴이 ‘얇게’ 보이면 실제 원단에서는 더 얇아져 사라지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여유 있게 잡고, 필요하면 Reshape로 다듬는 흐름이 안전합니다.

Step 5 — “흐름(각도)” 만들기: 곡선 포인트 운용
새틴은 각도에 따라 빛 반사가 달라집니다. 즉, 새틴은 “실로 빛을 그리는” 영역입니다.
- 왼쪽 클릭: 직선/각진 포인트(하드 포인트)
- 오른쪽 클릭: 곡선 포인트(커브 포인트)
“B”의 스파인(중심 줄기)과 곡선을 따라가며 포인트를 배치합니다. 코너를 돌 때는 새틴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포인트가 ‘흐름의 양쪽 경계(리버 뱅크)’에 직각에 가깝게 잡히도록 의식합니다.
화면 체크: 와이어프레임(내부 선)이 사다리 가로대처럼 자연스럽게 휘어야 합니다. 선이 서로 교차하거나 급격히 꼬이면, 실제 자수에서 뭉침/걸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Step 6 — 오버랩 설계(풀 보상 이기는 방법)
디지타이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입니다. 새틴 컬럼은 자수되는 순간 폭이 좁아지고(풀), 길이가 미세하게 늘어나는(푸시) 경향이 있습니다.
- 문제: 화면에서 퍼즐처럼 딱 맞춰 붙이면, 실제 자수에서는 수축으로 1mm 내외의 갭이 열릴 수 있습니다.
- 해결: 새 세그먼트의 시작/끝을 이전 세그먼트 안쪽으로 깊게 묻히듯이 넣습니다.
목표 감각: 지붕 기와처럼 서로 겹쳐 물이 새지 않게 “겹침”을 만드는 것입니다.

전문가 메모: “후핑 자국(틀 자국)”과 정렬 붕괴
오버랩을 잘 줘도 후핑이 느슨하면 원단이 미끄러져 정렬이 틀어집니다. 반대로 두꺼운 소재를 억지로 조여 잡으면 고급 의류에는 후핑 자국(틀 자국)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량 생산 라인에서는 자석 자수 후프 같은 자석 방식으로 고정을 빠르고 일정하게 가져가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틀어 조이는 과정이 줄어 원단 결이 덜 틀어지고, 디지타이징에서 설계한 오버랩이 실제 생산에서도 더 잘 맞아떨어집니다.
런 트래블 스티치: 효율과 안전
Step 7 — 조용하게 이동하기(런 스티치로 연결)
트림(실 자르고 이동)은 시간도 잡아먹고, 실 빠짐/재시작 불량 같은 리스크 포인트가 됩니다.
- Run Tool을 선택합니다.
- 세그먼트 A의 끝에서 세그먼트 B의 시작 위치까지 연결선을 그립니다.
- 중요: 이 트래블 라인은 다음 새틴 블록 아래에 완전히 덮이도록 설계합니다.
- 다시 Column A로 돌아가 “B”를 계속 구성합니다.
결과: 자수기가 멈췄다-자르고-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아니라, 끊김 없이 이어지는 안정적인 동작이 됩니다.

판단 기준: 트림할까, 트래블할까?
무조건 트래블이 정답은 아닙니다.
- 안전: 다음 새틴 컬럼 아래로 숨길 수 있는 이동
- 안전: 넓은 글자 내부 중앙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이동
패치 50장 이상처럼 생산을 돌리면 트림 감소는 곧 시간 절감입니다. 여기에 자수기용 후프 스테이션로 위치를 표준화하면, 파일 최적화 효과가 생산성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밀도와 오버랩 마무리
Step 8 — 하단 루프 정리(곡선에서 과오버랩 주의)
“B”의 하단 큰 루프는 직선 노드와 곡선 노드를 섞어 형태를 잡습니다.


Step 9 — Reshape 툴로 미세 수술(갭 예방)
이제 화면을 확대해서 오버랩이 충분한지 냉정하게 봅니다.
- 오브젝트를 선택합니다.
- H(Reshape)를 누릅니다.
- 사각 노드를 잡아 이전 오브젝트 안쪽으로 더 밀어 넣습니다.
작업 이미지: 이불 모서리를 매트리스 아래로 넣듯이, 경계가 벌어질 여지를 없애는 느낌으로 정리합니다.

Step 10 — 전체 설정 통일(최종 파라미터)
흰색 “B” 새틴의 품질을 배경과 균형 맞추는 단계입니다.
- 모든 Column A 오브젝트를 선택합니다.
- Stitch Spacing을 0.36mm로 통일합니다.
- 특정 구간은 Satin Count를 3으로 설정해 가장자리 표현을 더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안전 경고(기계): 실제 자수기로 밀도/설정을 검증할 때는 바늘대(니들 바)에서 손을 최소 6인치 이상 떨어뜨리세요. 0.36mm처럼 촘촘한 설정은 마찰과 열이 늘 수 있고, 편심/걸림으로 바늘이 파손되면 파편이 튈 수 있습니다. 테스트 러닝 시 보안경 착용을 권장합니다.
준비: “프리플라이트(Pre-Flight)” 프로토콜
좋은 소프트웨어로도 나쁜 셋업은 못 살립니다.
숨은 소모품 체크리스트(막상 작업 직전에 빠지는 것들)
- 바늘: 직물/트윌은 75/11 샤프, 니트는 75/11 볼포인트
- 밑실: 60wt 연속 필라멘트(폴리에스터)
- 접착: 원단 플로팅 시 임시 스프레이(예: KK100 계열)
- 가위: 실 꼬리 정리용 곡가위(아플리케 가위 타입)
안정지 선택 의사결정(감으로 고르지 않기)
START: 바탕 원단이 무엇인가요?
- 신축성이 있나요? (티셔츠/폴로/후디)
- YES: 커트어웨이(Cutaway)가 유리합니다(티어어웨이는 원형이 쉽게 찌그러질 수 있음).
- 직물/안정적인 원단인가요? (데님/트윌/캔버스)
- YES: 티어어웨이 2~3겹 또는 미디엄 커트어웨이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캡(모자)인가요?
- YES: 헤비 캡 백킹(티어어웨이) 3.0oz 같은 캡 전용 백킹을 사용합니다.
팁패치 제작이라면 워터솔루블 헤비 필름 또는 패치 트윌(프리컷)을 전용으로 쓰는 방식이 작업성이 좋습니다.
- YES: 헤비 캡 백킹(티어어웨이) 3.0oz 같은 캡 전용 백킹을 사용합니다.
취미에서 상업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면, 도구 표준화가 곧 품질 표준화입니다. 많은 작업장이 자주 쓰는 의류에 맞춰 자수기용 자수 후프를 규격화해, 작업마다 후핑 장력 “감 잡기” 시간을 줄입니다.
셋업: 물리 작업 환경
소프트웨어 검증 체크
- 치수 3x3 인치로 잠금 완료
- 타타미 간격 0.36mm 확인
- “B” 오버랩이 충분히 깊음(영상 흐름 기준으로 확실히 겹치게)
- 트래블(런) 스티치가 다음 새틴 아래로 안전하게 매립됨
후핑(자수틀 고정) 메커닉
후핑한 원단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을 때 ‘북’ 소리가 나야 합니다. 팽팽하되, 원단 결이 휘어 보일 정도로 과하게 당기면 안 됩니다. 결 라인이 물결처럼 보이면 언후핑 후 다시 잡으세요. 일반 나사식 자수틀은 동일 장력/동일 위치 재현이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처럼 원형 로고는 회전 오차가 눈에 잘 띄므로, 정렬을 강제해주는 자수용 후프 스테이션가 있으면 반복 작업에서 편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안전 경고(자석): 자석 프레임/자석 후프를 사용할 경우 각별히 주의하세요. 강력 자석은 피부를 심하게 집을 수 있으며, 심박조율기(pacemaker) 사용자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휴대폰은 최소 12인치 이상 떨어뜨리세요.
운용: 테스트 자수
단계별 실행 플랜
- 바탕(오렌지 타타미):
- 소리: 규칙적인 타격음이 나야 합니다. 날카로운 클릭음이 반복되면 바늘 편심/버(burr) 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움직임: 원단이 위아래로 튀는 플래깅(flagging)이 보이면 후핑이 느슨할 가능성이 큽니다.
- 심볼(흰 새틴):
- 정렬: 외곽이 오렌지 위로 안정적으로 “걸치는지”, 아니면 경계에 갭이 생기는지 확인합니다.
- 검수:
- 기계에서 분리하되, 바로 언후핑하지 말고 상태에서 커버력을 먼저 봅니다. 새틴 사이로 원단이 보이면(커버 부족) 간격을 더 낮추는 방향(예: 0.34mm)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생산 관점 업그레이드 포인트
단침 자수기에서 테스트 1장이 25분 걸리는데 50장 오더가 들어오면, 병목이 바로 드러납니다. 업그레이드 방향은 보통 다음 순서로 고민합니다.
- 후프 개선: 자석 자수 후프로 후핑 시간을 줄이고 재현성을 올립니다.
- 장비 개선: 다침 자수기(멀티니들)는 색상 교체 대기 시간을 줄여 처리량을 크게 올릴 수 있습니다.
트러블슈팅: 증상 → 원인 → 빠른 확인 → 해결
| 증상 | 원인(물리) | 빠른 해결 |
|---|---|---|
| 흰색 세그먼트 사이로 오렌지 틈이 보임 | 풀(수축) 보상 부족. 예상보다 원단이 더 당겨짐 | 소프트웨어: 흰 새틴 오브젝트 선택 → H(Reshape) → 노드를 더 안쪽으로 밀어 오버랩을 추가(약 1mm 수준) |
| 너무 딱딱하고 ‘방탄’처럼 뻣뻣함 | 과밀도. 실이 한 곳에 과도하게 적층 | 소프트웨어: 0.36mm → 0.40mm로 간격을 늘려보고, 안정지가 과한지(커트어웨이 중복 등)도 함께 점검 |
| 윗실이 위에서 루핑(고리)됨 | 장력 문제. 윗실 장력이 느슨하거나 밑실이 과하게 당김 | 기계: 윗실 경로를 ‘치실 테스트’처럼 당겨 저항감을 확인. 느슨하면 텐션 디스크 청소/재세팅 |
| 원형 주변 퍼커링(주름) | 후핑/안정화 문제. 후핑 중 원단을 당겼다가 자수 중 되돌아오며 주름 | 기계: 안정지 보강, 후핑 후 원단을 추가로 잡아당기지 않기(안정지에 맡기기) |
| 바늘 파손 | 편심/걸림(디플렉션). 두꺼운 구간/실 뭉침을 타격 | 기계: 바늘 교체 또는 호수 업(예: 75/11 → 80/12). (원문 표기 오류 가능) |
결과 및 마무리
이제 기계적으로 안정적인 비트코인 로고 파일을 구성했습니다. 3x3 치수를 잠그고, 0.36mm 밀도로 커버를 확보했으며, 오버랩을 설계해 원단 물리(푸시/풀)로 생기는 갭을 줄이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자수는 변수가 많은 작업입니다. 파일은 같아도 원단, 습도, 실 장력은 매일 달라집니다. Column A 기반의 수동 구성과 오버랩 설계를 익히면,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의 추측”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규모를 키워 로고를 ‘사업’으로 만들 계획이라면, 효율이 곧 마진입니다. 바늘 속도보다 “정확하게 빠르게 후핑하는 속도”가 더 큰 차이를 만들 때가 많습니다. 자석 자수 후프 같은 반복 가능한 후프 시스템과 후프 스테이션을 일찍 표준화하면, 생산 라인이 훨씬 편해집니다.
